[무포장가게 운영자 인터뷰] 더 커먼 편

무포장가게에 참여한 주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까? 일회용 포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무포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구와 환경, 그리고 동물까지... 사람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무포장가게 주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더 커먼_강경민

‘지구, 음식, 사랑.’ 대구의 첫번째 제로웨이스트샵 ‘더 커먼’의 입구에 써 있는 문구다.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무작정 떠난 영국에서 그는 제로웨이스트샵을 만났다. 동네 사람의 일상에 평범하게 녹아있는 수많은 제로웨이스트샵. 아무렇지도 않게 구입한 물품을 천가방에 담고, 공병에 필요한 재료를 담아가는 풍경은 그에게 ‘충분히 가능한 일상’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조금 더 많은 이들의 삶에 ‘평범한’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라는 강경민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오늘도 팔라펠을 만들고, 워크숍을 열고,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한다.

커먼의 뜻은 무엇인가요?

커먼이 ‘보통의, 평범한, 흔한’ 뭐 이런 뜻이잖아요. 이름 고민을 되게 많이 했는데 불리기도 쉽고, 기억되기도 쉽고, 어감도 좋은 단어를 찾았어요. 제가 제로웨이스트샵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영국에 있을 때의 경험이었어요. 사람들의 접점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싶어서 이런게 많아졌음 좋겠고, 여러군데 생겨서. 그렇게 되면 ‘이런게 동네에 있는 게 평범하지’ 하고 녹아드는 의미에서 ‘더 커먼’이라고 지었어요.

제로웨이스트샵을 연 계기는?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영국의 브리스톨이라는 곳으로 2018년에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갔어요. 브리스톨은 영국의 ‘그린시티’라고 불려요. 지역 주민이 로컬문화를 지향하고, 수공예 문화도 활발해요. 사람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거나, 지역 안에서 어떤 활동 하는 것을 지향하더라구요. 제로웨이스트샵도 되게 많았어요. 제가 사 는 동네만 해도 제로웨이스트샵이 4개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이런 가게로 장을 보러 가게 돼요. 로컬푸드나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는 마켓도 있긴 해요. 영국의 대형슈퍼마 켓인 ‘테스코’도 동네에 들어오려 하니까 주민들이 못 들어오게 저항하기도 했어요. 전반 적으로 이런 문화가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게 느껴졌어요.

 

영국은 동물복지도 관심이 많아보였어요. 특별한 목적 없이 가족으로 여기면서 동물을 기르는 곳이 많아요. 양, 염소도 반려동물처럼 말이죠. 마트의 식품코너에서도 동물이 얼마나 행복하게 자랐는지를 강조한다고 해야하나? 해피카우라고 홍보 하는 것들도 보았어요. 저는 제로웨이스트가 삶의 방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소비하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그 전의 삶의 방식에 자기 가치관이나 철학이 있어야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가능한 것 같아요. ‘아나’라는 결이 비슷한 스페인 출신 그래픽디자이너 친구가 있었어요. 매주 토요일 오전에 장보러 간다고해서 같이 갔어요. 소쿠리에 이것저것 넣어 끌고 오더라구요.


그 안에 빈 병이랑, 패브릭이랑, 주머니랑 엄청 챙겨서 온 거에요.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샵 가서 물건 사고, 빵도 천에 싸서 왔어요. 장을 다 보고 집에 왔는데 비닐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너무 충격받았어요. 한국 제로웨이스트샵도 가봤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삶 속에 녹아든 경험이란게 정말 중요하구나. 내 옆에 사람이 그렇게 용기를 들고 가서 사는 걸 직접 보니까 ‘아 이게 일상이 될 수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머리로 아는 것 보다 직접 만지고 듣고, 만나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옆에 사람이 그렇게 용기를 들고 가서 사는 걸 직접 보니까
‘아 이게 일상이 될 수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머리로 아는 것 보다 직접 만지고 듣고, 만나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국에서의 일상은 어땠어요?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다른 유럽 나라 다니면서 느꼈던게, 제로웨이스트샵은 알고 있었으니까 충격까진 아니었어요. 그런데 영국에는 채리티샵(중고품 가게)이 되게 많아요. 길거리에 당근마켓이 100만개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한국의 편의점처럼 한 블럭에 하나씩 있어요. 안 쓰는 것을 기부하고, 사람들이 물건 사면 수익을 또 기부하는 구조가 활성화 되어있어요. 인력의 90% 이상이 다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요. 샵 카테고리도 다양해요. 노숙인, 재향군인회, 여성, 고양이 등의 정체성이 담긴 단체의 이름 그대로 간판을 달고 운영해요. 이런 샵을 보다보면 영국 사람의 삶이 남에게 보여지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입고 다니는 옷도 보면 진짜 후줄근하게 다녀요.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보여질까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영국에는 보세 옷가게가 없어요. 그런 옷가게는 몰에 가야 몰려있어요. 시민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채리티샵이나 동물농장에 가서 자원봉사도 흔하게 하구요.

그렇다면 한국에는 어떤 문화가 확산되면 좋을까요? 
단순히 텀블러 한번 들고, 비닐 하나 안 쓰는 것 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에 접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로웨이스트는 미니멀리즘이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 하나 아끼자’하면서 ‘소확행’ 이라며 샀던 거 또 사고 이러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요. 끝없는 소비주의가 만연해 있는 이 사회에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수도꼭지 퍼놓고 물 퍼내는 느낌. 나눠쓰고 교환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어요. 한국 사람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들 눈을 너무 신경써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몰라요. 남이 이걸 하니까 나도 해야 되고. 남이 가니까 나도 빨리 뛰고. 내가 돈을 왜 많이 벌어야하는지 모르는데 많이 벌고. 죽도록 일해서 쉴 시간 없으니까 배달음식 시켜먹고.

대구에 최초로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겼는데 사람들 반응은 어때요? 
생각보다 꽤 많은 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기다렸던 분도 많은 것 같고.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고객층도 다양해졌어요. 음식 먹으러 온 분이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알고 가고, 제로웨이스트샵을 찾아 왔다가 음식 먹고 ‘어, 비건도 맛있다.’하고 가시기도 하고. 곳곳에 책을 두니까 왜 비건이 환경에 좋은지도 알고 가는 것 같아요. 비건 메뉴와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의도치 않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바로 뒷골목에 힙한 가게들이 많이 모여있는데, 거기가 아니라 이 자리에 가게를 연 이유가 있나요? 
일반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해서 이 곳에 자리 잡았어요. 우리만의 잔치가 되지 않았으면… 여기는 일반인이 들리기에 위치가 괜찮아요. 앞에 대학병원도 있고, 뒤에는 주거 단지 이고요. 그래서 이 곳을 고민없이 계약했어요. 직장인도 많으니까 커피 같은 게 있으면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이고, 제로웨이스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람들과 부딪히자!’ 하고 나온 것 같아요. 


더 커먼에서는 다양한 워크숍도 진행하는데, 어떤가요?
브리타 정수기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이런 것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게 힘이 되고, 비슷한 취지로 생각하면서 모인 사람들이니까 고립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주셨어요.

어떤 상품이 인기가 좋아요?
천연수세미, 대나무칫솔, 팔라펠이요. 특히 저는 제가 팔라펠 만들어 팔 줄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팔라펠은 영국에서 매일 사 먹은 추억의 음식이었거든요. 고기가 들어있지 않아도 정말 맛있고, 불을 쓰지 않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음식 메뉴가 비건이에요. 비건 메뉴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자랐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기를 절대 먹지 말자 주의는 아닙니다. 10여년 정도 고민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극단적으로 ‘고기를 먹지 말자’ 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옛날부터 인간은 수렵과 채집을 해서 고기를 먹어왔잖아요. 인간은 먹이사슬을 보면 포식자이면서 잡식성이기도 하구요. 옛날엔 사냥할 때도 공정한 방식으로, 생물에게 감사하며 먹었고, 육식 빈도도 현저히 낮았구요. 현대 사회의 문제는 공장식 사육인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샵으로 꾸려가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있을까요?
친구가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는데 채소가 많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어요. ‘버려지기 일보직전인 채소를 구해야겠다’ 싶어서 착즙주스로 만든다거나, 샐러드 재료로 활용할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채소의 종류가 한정적이라서 주스로 만들기는 어려웠고, 샐러드 재료로 쓰자니 채소의 종류나 양이 일정한게 아니라서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로 재료를 공급받기에 좀 부침이 있었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로컬푸드로 쓰고 활용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일부는 여기서 판매하고, 나머지는 제가 쓰긴 해요.

무포장으로 판매할 때 방해되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단가 책정이 어려워요. 마트보다 비싸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적정한 수준에서 맞춰야 제로웨이스트가 활성화 될 텐데. 마트보다는 저렴하게 해야할 것 같고. 또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해요. 손님 응대하면서 ‘이렇게 해주시고, 저렇게 해주셔야 돼요.’하고 매번 말 해주는 것도 에너지가 꽤나 들어요.

혼자 가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모든 과정이 재밌긴 한데 힘들어요. 자연을 좋아해서 친구랑 2박3일 초록초록한 곳으로 갔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누워만 있고 싶더라구요. 가게를 바삐 운영하다보니 마음이나 육체적 여유가 없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채용을 계획하고 있어요. 마음이 맞는 분을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수익성 사업인데 공익적인 성격도 있다보니. 같이 하는 분이랑 마음이 잘 맞아야 할 것 같아요.

무포장가게 네트워크가 생기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벌크로 포장된 물건을 공급하는 곳을 뚫는 게 너무 일이에요. 또 가게가 영세하다보니 발주하는 일도 잦아요. 돈이 많고 창고가 크면 한꺼번에 몇 천개씩 받아놓으면 되는데 이거 떨어지면 저거 떨어지고… 업주들이 공동으로 상품을 대량구매를 해서 나눠 가져가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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